Quotes
이 책의 본문은 여기까지다. 내 마음 속 ‘이사가 끝났다.’ 싶은 날 역시 책과 관련이 있어서다.
수십 뭉치의 책을 일일이 푸는 과정이 내가 집에 정착하는 과정이었다. 책들을 몇 년 동안 창고 안에 노끈으로 묶어 두었으니 모든 책에 먼지가 끈적하게 묻어 있었다. 나는 모든 책의 먼지를 일일이 닦으며 책들의 운명을 정했다. 계속 갖고 있을 책. 버릴 책. 팔 책. 누군가 줄 책. 그 지루한 정리들을 계속해 나가며 책장을 채워 넣었다. 책장을 채워 넣은 뒤에는 분류를 해야 한다. 일에 대한 책, 내가 좋아하는 책, 특정 분야의 책, 특정한 크기나 두께의 책, 한국어 책과 다른 나라 책… 이번에도 전혀합리적이지 않은 기준들로 나는 책장 한 칸씩을 채워 나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은 책장 안 별도의 구석에 몰아서 정리했다.
그 과정이 내게는 가장 상징적인 이사의 마무리였다. 내가 이 집의 매입부터 수리에까지 이르는 일들을 한 이유와 과정은 지금처럼 책 한 권의 분량이 될 만큼 많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근원적으로 책들이 안전히 있을 곳, 책들과 함께 안전히 머무를 곳을 원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내가 원하던 방향과 과정과 결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면 됐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그 모습과 자리를 찾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