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s
프롬이 1973년부터 1980년 세상을 뜰 때까지 살았던 로카르노에서 내가 그의 조수로 있었을 때, 그는 내게 아주 간단명료하지만 정확히 정곡을 찌르고 차츰 심도 깊어지는 질문들을 자주 던졌다. 이를테면 그는 지금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어떤 계기로 하필 그 책을 읽게 되었으며, 읽으면서 무엇이 와 닿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물었다. 내가 별 내용이 없다거나 지루하다고 말하면 왜 그런 사소한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 자신에게 실제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정말로 마음에 와 닿으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에도 관심을 보였다.
사실 프롬은 상대가 본래는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던 질문만을 했다. 그런 질문들은 어쩌면 나를 시시하게 보이게 하거나 부끄럽게 했을지도 모르므로 나는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결과를 책임지고 내 삶을 변화시켜야 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답이 없다 해도 질문으로 인정하고 감당해야 하는 질문들도 있다. 이를테면 왜 하필이면 나에게 그런 괴로운 일이 닥치는가 하는 질문. 프롬은 내가 회피하고 억압하고 무시했던 질문들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