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s
쌍방으로 작가의 연인이 되자 서로 엄청나게 신중해지고 정교해졌던 것을 기억합니다. 기록하는 자와 기록당하는 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겪어서겠지요. 작가들끼리 사랑을 해도 서로를 오해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창작물로 옮겨적을 때 가장 나은 버전의 왜곡, 가장 나은 버전의 대상화가 무엇일지에 관해 두 사람의 지혜가 모아진다는 점에서 둘 중 한 명만 작가인 경우보다 발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절대로 쓰지 않을지에 대한 감수성도 훨씬 예민해지고요. 만약 선생님이 선생님만큼이나 강박적으로 연인을 기록하는 자를 연인으로 두신 적이 있다면 알고 계실 겁니다. ‘닥침’의 미덕을요. 기록하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 아름다움을요. 징그러울 만큼 능수능란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자들이 기록을 멈출 때 보존되는 충만함을 기억해봅시다. 작성하지 않아도 사랑은 우리의 강박을 부숩니다. 우리는 닥침으로써 어떤 전쟁은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