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s
“이 스위치 써보셨어요?” 사장님이 물었다. 아니요. 써봤을 리 있습니까. 그다음 이어진 말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거 초인종이에요.”
“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초인종이라서, 누르고 있을 때만 조명이 들어와요.” 그랬다. 내가 사 온 스위치는 누름식 버튼 하나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그게 전자제품 스위치처럼 누를 때마다 상태가 바뀌는 줄 알았는데, 누르고 있을 때만 전원이 연결되는 구조였다. 나는 초인종을 스위치라 착각하며 지난 5년간 그 물건을 간직해온 것이었다.
그때 내가 무엇을 느꼈을까? 분노? 무력감? 실망? 아니다. 우스움이었다. 내 자신에 대한 우스움.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할 물건을 생각하고, 그 물건에 맞춰 공간 구성을 생각하고, 그 물건과 함께할 즐거운 상상을 했던 나 자신에 대한 비웃음. 그때의 느낌이 나의 정신적 균형에 큰 도움을 주었다.
내가 도자기 버튼 스위치라 착각했던 초인종은 여전히 잘 갖고 있다. 일부러 버릴 이유가 없다. 팔아도 팔리지 않을 테고 별로 비싸지도 않다. 부피가 크지 않아 몇 개 갖고 있어도 괜찮다. 무엇보다 이 물건은 내게 교훈을 준다. 일의 경중을 파악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그럼에도 잘 만든 예쁜 물건이 주는 기쁨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