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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구장 좌석에 앉으면 제일 먼저 흑맥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흑맥주 판매원은 썩 많지 않다.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마침내 눈에 띄면 손을 높이 들어 부른다. 판매원이 다가온다. 앳되고 야윈 남자애다. 영양이 부족해 보인다. 머리는 길다. 아마도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이리라.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우선 사과부터 한다.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

“죄송할 필요 없어요. 전혀.”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를 안심시킨다. “아까부터 흑맥주가 오기를 기다렸거든요.”

“감사합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그러고는 기쁜 듯 싱긋 웃는다. 흑맥주를 파는 소년은 그날 밤 분명 많은 사람에게 잇따라 사과해야 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라고. 대부분의 관객은 흑맥주가 아니라 보통 라거맥주를 찾을 테니까. 나는 값을 치르고, 그에게 소소한 축복을 보낸다. “수고해요” 하면서.

나도 소설을 쓰면서 그 소년과 똑같은 기분을 맛볼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사과하고 싶어진다.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