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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연주자는 등장인물의, 가면과 그 아래 얼굴 양쪽 모두를 음악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 그런 뜻이야?” 내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거야. 바로 그거. 그것이 표현되지 못한다면 이 곡을 연주하는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게 내 생각이야. 이 작품은 어찌 보면 환락의 극치에 있는 음악이지만, 말하자면, 환락이 있기에 비로소 정신의 밑바닥에 생식하는 사악한 것들이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거야. 그들은 암흑 속에 있다가 환락의 음색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지.”

그녀는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린 누구나 많건 적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가면을 전혀 쓰지 않고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악령의 가면 밑에는 천사의 민낯이 있고, 천사의 가면 밑에는 악령의 민낯이 있어. 어느 한쪽만 있을 수는 없어. 그게 우리야. 그게 카니발이고. 그리고 슈만은 사람들의 그런 여러 얼굴을 동시에 볼 줄 알았어 - 가면과 민낯 양쪽을. 왜냐하면 스스로 영혼을 깊이 분열시킨 인간이었으니까. 가면과 민낯의 숨막히는 틈새에서 살던 사람이니까.”